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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책 추천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by helovesyou 2015. 9. 14.

며칠전 책장정리를 하다 오래전 책장 한 구석에 처박아 두다시피한 소설 한권을 발견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아무렇지도 않게 펼친 분홍빛깔의 책 첫 페이지에 적힌 글을 보고 이내 가슴이 먹먹해져 버렸다. 낯익은 그 사람의 필체. 그리고 생생히 떠오른 그 순간. 몇 년 전이었던가...



수년전, 장거리연애를 하던 시절. 버스에 몸을 싣고 다시 먼 길 떠나야했던 내게 그녀가 심심하지 않게 읽고 가라며 건네주었던 소설. 자기라면 재미있을거라고 두어번은 말해주었던게 생각난다. 로맨스 소설책 추천 리스트에 있는 재밌는 책이라는 말도 덧붙이며. 



그 날 따라, 나는 버스가 꽉 막힌 시내길을 지나 고속도로로 진입할 무렵, 내 방 라텍스에 누운듯 편안하게 숙면을 취해버렸다. 그 덕택에(?) 그 책은 내 책상 한켠에서, 책장으로, 그리고 책장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였다는 듯이 초라하게.



언제 마지막으로 로맨스 소설을 읽었는지, 그 작품이 무엇이었는지 전혀 생각도 나지않을만큼 이런 류의 책들을 멀리하고 있었다. 딱히 의식적으로 그런것은 아니고, 어느 순간부터 꾸며진 이야기들보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들에 흥미를 느끼고 살아온 탓이리라. 가령 역사나 경제 따위의. 아니 어쩌면 삶에 도움되는 책들을 읽고 싶다는 헛된 욕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이십대 초반에, 남자 치고는 꽤나 이상하다 느껴질만큼 로맨스 소설책들을 많이 읽었었다. 동네 책방에서 비슷한 크기, 비슷한 두께의 형형색색 예쁜 표지의 로맨스 소설책 추천 리스트들을 몽땅 섭렵했고, 스무권쯤은 지금도 고향 내 방 책장에 있다. 그 책들을 보신 아버지가 내게 들릴듯 말듯하게 투덜되신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무슨 이런 책들을 사서 보냐고.  



오랜만에 읽은 로맨스 소설책. 중간중간 유치하다고 느끼기도 하면서 피식거렸지만, 결국에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새벽까지 책을 붙잡고 작가의 말까지 읽어버렸다. 요즘들어 글쓰기에도 관심이 많이 생겨서, 내용과 함께 작가의 표현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문장 하나하나 또박또박 읽어나갔다.



부러 그랬지? 사위었다. 비죽거렸다. 목하 사랑을 하다. 폐부를 찌르다. 구시렁거렸다... 지금 당장 기억이 나는 표현들이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라디오 작가인 서른한 살의 공진솔과 라디오 PD 이건이 만들어가는 사랑이야기이다. 그들의 사랑은 여느 소설 속 스토리처럼 순탄하지만은 않다. 사람에, 사랑에 방어적인 진솔과 친구의 여자친구를 오랜시간 가슴에 두고 살아가는 이건. (이 정도면 알만하겠지?) 



뇌리에 박힌 문장들이 몇 있다. 그걸 일일이 다시 찾아서 늘어놓자니, 혹시나 소설을 읽기도 전에 이 글을 미리 읽고있을, 누군가의 책읽는 즐거움을 미리 빼앗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어 쉽사리 옮기지를 못하겠다. 


할말이 있어요 당신 사랑해요.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람. 꼭 사랑이 전부같잖아. 너 차라리 나한테 와라. 



소설은 주로 공진솔의 눈으로 서술되지만 때로는 이건에게로 옮겨가기에, 위에 적은 말들을 누가했는지는 비밀이다. 하지만 소설의 끝페이지를 막 덮은 지금 책을 다시 훑지않고 기억나는 문장은 저 정도다. 한두자 틀렸을 수는 있지만 얼추 저렇게 적혀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너 차라리 나한테 와라. 아...못잊겠다. 저 문장.)



달콤한 로맨스도 가슴 아린 이야기도 공존한다. 여성 독자라면 주인공 진솔에게 감정이입해서 매 순간순간의 감정선을 따른다면 무척이나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된다. 흥미라고 해서 꼭 즐겁다는 뜻만은 아니지만. 



이번 주말에는 도서관에 가 볼 예정이다. 어떤 류의 책을 뒤적거릴지는 이 글을 적고 있는 나도, 이 글을 읽는 있는 당신도 이미 알 것 같다. 아 참, 마지막으로 내게 이 책을 건넨 그대에게 남기는 말.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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