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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한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감상문

by helovesyou 2015. 9. 2.

오늘 적을 글은 보는 내내 가슴 먹먹했던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감상문입니다. 조니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줄리엣 루이스 주연입니다.



1000명 남짓 살아가는 소도시 엔도라(Endora)에 살고있는 길버트 크레이프(Gilbert Grape: 죠니 뎁)는 식료품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며,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7년 전 지하실에서 목을 매 자살한 아버지와 집을 나간 형을 대신해서. 


그의 가족은 남편의 자살 후 충격으로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거구의 인간고래 어머니, 높은 곳 오르기를 좋아하는 정신지체아 동생 어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하는 직장에서 짤린 누나 에이미, 그리고 사춘기에 접어든 철부지 막내 여동생 엘렌이 있습니다. 



길버트는 묵묵히 가족들을 돌봅니다. 그에게는 이렇다할 희망도, 계획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하루가 힘겨울 뿐이고,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가족은 길버트의 희생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모른척 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길버트조차 그것이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은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는 그저 평범한 청년일 뿐인데 말입니다. 길버트라고 떠나고 싶지 않겠습니까? 소도시 마을을 지나가는 캠핑카들을 보며 얼마나 부러울까요? 다만 떠나지 못할 뿐입니다. 그에게는 책임져야할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잠깐 머물렀다 가는 그들이 부럽다.

동생이 살았으면 좋겠다가도 때론 죽는게 나을거란 생각도 든다.>


길버트 그레이프의 독백입니다.




길버트에게 있어서 자신의 삶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족을 위해 식료품점에서 일해 돈을 벌고, 정신지체아 동생 어니에게서 눈을 뗄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매일같이 똑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삶. 


할머니와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돌며 지내고 있는 소녀 베키(줄리엣 루이스)는 캠핑카가 고장나는 바람에 엔도라에 잠시 머물게 되고, 우연한 계기로 길버트에게 끌리게 됩니다.


평생을 같은 곳에 살며 한번도 떠난적이 없는 길버트.

부모님의 이혼후 캠핑카에 몸을 싣고 정처없이 떠도는 베키.

그들이 서로의 다른 삶을 동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정말 원하는게 뭐냐는 베키의 질문에 길버트는 대답합니다.


글쎄, 일단 새것이 필요해, 새가구, 새집

그리고 어머니가 에어로빅을 하셨으면 좋겠고, 앨런도 빨리 커야하고,

어니의 뇌도 새것으로 바꿔주고 싶어.

 

...가족들 말고 너만을 위한건 없어? 

 

베키와의 만남은 길버트에게 새로운 일입니다. 뭔가 스스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 스스로가 끌려서 하는일. 길버트의 몫인 어니의 목욕을 어니에게 혼자서 할 수 있다고 말하고 떠나지만, 어니는 하루종일 욕조에서 떨다 발견됩니다. 그리고 길버트에게 돌아오는 것은 죄책감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가족의 짐. 내 욕구, 욕망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가족의 짐입니다.


10살까지밖에 살 수 없다던, 어니의 18번째 생일. 식구들은 그간 서로에게 쌓였던 갈등을 풀게됩니다. 길버트는 베키를 어머니에게 소개시켜 주고, 베키는 다음해에 만날것을 기약하며 떠납니다. 


그녀는 자신을 잡아줄 수 없냐고 묻지만 길버트는 함께 있어달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는 떠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그의 모든것입니다. 그가 원하든 원치않든.

 


어니의 생일 후 어머니는 평소에 쓰지 않던 2층에 있는 침대로 가서 편안한 모습으로 숨을 거둡니다. 그들은 슬퍼합니다.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그 슬픔은 왠지 깊어보이지 않습니다. 길버트와 그의 가족들 모두 어머니가 없는 삶을, 새로운 삶을 희망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어머니를 옮길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던 길버트는 집을 태워 버립니다. 죽어서까지 다른이들에게 놀림감이 되면 안되기에 내린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아버지가 목매 돌아가신 지하실이 있는곳, 어머니가 조용히 숨을 거두신 곳, 멀리서 보면 평화롭지만 안은 그의 숨을 조여오는 공기로 가득한 집을 태워버립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누나 에이미와 동생 엘렌은 각자의 길을 찾아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길버트와 어니도 베키의 도움으로 캠핑카에 함께 타게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가족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나에게 어니같은 동생이 있다면, 나에게 인간고래 어머니가 계시다면 나는 길버트처럼 살 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길버트를 보며 가슴 먹먹했습니다. 달리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가족을 등지고 모든것을 내팽겨둔 채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는 사람은 찾기 힘들것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자유. 길버트가 갖지 못한 자유, 가족이란 이름의 희생. 삶의 구속. 속박. 저는 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아픔은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미국 시골 마을 어디선가 살고 있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길버트. 그가 행복하길, 온전히 행복하길 바랍니다.

 


길버트의 표정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픕니다. 어린나이에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무게. 길버트 자체가 되어 버린 조니뎁. 그리고 디카프리오도 계속 생각납니다. 이상으로 길버트 그레이프 감상문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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